2021, 4.3미술제 어떤 풍경
4.3 Art Exhibition ‘A Certain Sce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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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2021, 4.3미술제 어떤 풍경
4.3 Art Exhibition ‘A Certain Scenery’

어떤 풍경 – 2021, 28회 4.3미술제에 부쳐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수산진’이 있다. 세종 21년에 축성된 성이다. 성안에는 ‘진안할망당’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은 그곳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옛날 수산 마을에 군대가 주둔하였다.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성을 쌓았다. 하지만 성은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지나가던 중이 여자아이를 묻으면 성이 완성될 거라고 예언한다. 아이를 묻고 다시 성을 쌓으니 중의 예언대로 되었다.  축성된 이후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희생된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치성소를 만들어 죽은 아이를 위로했다. 시간이 흘러 치성소는 성안으로 입성하게 되었고, 아이는 마을을 보살피는 할망신이 되었다.

‘성’을 ‘국가권력’으로 바꿔 읽어 보자. 해방정국 혼란, 희생자 발생, 침묵 강요, 진상규명 운동, 특별법 제정, 대통령 사과, 제도권 진입… 4.3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전설의 이야기와 공명하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두 이야기 모두 동일한 질문을 빼먹고 있다는 것이다. 성벽은 왜 무너졌는가? 누가 허물었는가? 그들은 왜 조선이라는 막강한 권력에 저항했는가? 화해와 상생을 위한 희생자 담론이 4.3의 공식 담론으로 등극한 이후 동일한 질문이 역사에서 삭제되고 있다. 그들은 왜 막강한 미군정과 대한민국에 저항했는가?

4.3 이전에는 강제검의 난, 방성칠의 난, 이재수의 난, 항일운동, 해녀투쟁이 있었고, 4.3 이후에는 탑동투쟁, 강정투쟁, 제2공항반대투쟁이 있다. 모두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다. 저항은 매 국면마다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생존권, 인권, 통일, 평화, 환경. 민중의 자율적 가치가 권력의 일률적 가치와 충돌하며 만들어 낸 기복들이다. 수많은 기복들을 하나의 지평으로 수렴시켜 보자. 이를 멀리서 바라보면 지평은 ‘어떤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연의 풍경은 무언가를 목적하지 않는다. ‘어떤 풍경’ 또한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지 않는다. 자연의 풍경이 자연의 자율성에 따라 이루어지듯, ‘어떤 풍경’ 또한 민중의 자율성에 의해 형성된다.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민중의 저항이 치열할수록 골과 산은 깊고 높아진다. 골과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민중은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단련시킨다.

이재수가 제2공항반대투쟁을 예견하지 않아도, 탑동 해녀들이 강제검의 정신을 애써 이어받지 않아도, 치열함이 치열함을 부르듯, 배려가 배려를 품듯 저항의 기복들은 서로에게 이끌려 산이 되고 산맥을 이룬다. 우리는 골과 산을 연결하여 길을 만든다. 산과 산맥에 이름을 짓고, 우리가 닦은 길에 이름을 붙인다. 우리는 지도를 만든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전승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이 공생에 의한 공생을 위한 민중의 전략에 따라 이루어진다.

‘어떤 풍경’에 길을 내지 않고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 그 풍경에는 전설만이 깃들 뿐이다. 반대로 우리가 길을 내고 이름을 붙일 때 전설은 역사가 되고, ‘어떤 풍경’은 ‘역사의 풍경’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저항의 이유를 묻는 것은 우리가 만든 길이 올바른지 우리가 붙인 이름이 합당한지를 따지기 위한 것이며, 그 뜻을 모아 공감의 지도를 얻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4.3 73주년을 맞아 ‘역사의 풍경’을 순례하고자 한다. 우리 손에는 선인들이 전해준 지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골짜기에 패인 깊은 슬픔을 만나 길을 헤맬지도 모르고, 산봉우리 높이 솟은 결의를 바라보느라 능선을 이탈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초행길은 실패의 반복일 것이다. 행여 작은 샛길을 찾는 행운이 따른다면 다음 여행자를 위한 꼼꼼한 기록을 잊지 않겠다.

4.3미술제준비위원회

일정 | 2021.04.02(금) – 04.30(금)
장소 | 예술공간이아, 포지션민제주
주최 | 탐라미술인협회
주관 | 4.3미술제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 | 강문석
준비위원회 | 강동균, 고승욱, 김영화, 박진희, 양동규, 이종후, 홍덕표
총괄 진행 | 이혜령
평론 | 김준기
번역 | 신수진, 정진하, 토미야마 카즈미
편집 디자인 | 사가각하우스
인쇄 및 제작 | 디자인이야기
VR 및 스틸 촬영 | (주)이디아트
웹 기획 및 온라인 전시 | 신상미
온라인 홍보 | 답엘에스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협력 | 제주4.3평화재단, 사단법인 제주민예총, 포지션민제주, 예술공간이아, 제이아트, 나경솔루션, 아인건축, 하이게인
온라인전시 | 43art.org (2021.04.15 –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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